애매한 친구 결혼식 갈까 말까? 간다면 축의금 얼마 내야하지?

충분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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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저번달에 이어 이번달과 다음달까지 연이어 청첩장이 날아들고 있다.
한 때 친하긴 했었는데 지금은 프로필 사진으로 생사확인 정도만 하는 친구들의 결혼식.

한번은 별 생각 없이 갔었지만, 연달아서 계속 안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이걸 가야하나 여러모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가기는 좀 부담되고, 안 가자니 마음이 찝찝하고. 제법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래서 평소에 내가 가졌던 생각을 정리하여,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이 글을 클릭했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포스팅을 적게 되었다.
부디 이 글이 여러분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으면 좋겠다.

축의금을 얼마 내야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다 건너뛰고 맨 아래 소제목만 봐주시길 바란다.

대체 왜 가기 싫은 걸까요?


결혼식에 가기 망설여지는 이유는 총 8가지 정도로 추려졌었는데, 결국 그 근간에는 이런 이기적인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이 결혼식 참여가 돈값, 시간값을 할 것인가?"

여러분은 황금같은 주말에, 적지 않은 돈을 준비해서, 제법 불편한 옷을 입고, 꽤 먼 거리를 힘들게 이동하게 된다.
나같은 내향형의 사람이라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멋쩍음을 견뎌야 하는 진땀빠지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다녀오면 거의 주말 하루를 반납하는 셈인데, 과연 그만한 돈과 수고를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신랑·신부에게는 미안하지만 더 노골적으로는 '그래서 나에게 이득이 있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초대받은 모든 결혼식에 가기로 했고, 이제부터 여러분에게도 결혼식에 가도록 설득을 시작할 예정이다.

 

 




 

여러분이 결혼식에 가야 하는 이유 3가지




◎ 신랑·신부가 미래의 내 결혼식의 하객이 된다.


여러분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 결혼식엔 하객이 몇 명이나 올까?'
'나 친구 많이 없는데 빈자리 수두룩하면 어떻하지?'

지인이 너무너무 많아서 누구를 부를지보다 '누구를 안 불러야 할지'를 고민하는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와 비슷한 고민을 한다.
많이 초청한다고 해서 초청한대로 다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소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애초에 아주 친한 사람들로만 자리를 꽉 채울 수 있었다면 꽤 어색한 사이인 여러분에게는 청첩장이 아예 안 왔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청첩장을 받았다는 것은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1. 어색해하는 여러분과는 다르게 신랑·신부는 여러분을 별로 어색해하지 않음. (오히려 소중하게 생각함.)
2. 어색하지만 그래도 머릿수 채우기가 급함.

신랑·신부가 어떤 마음으로 여러분을 초대했던지 간에 그들은 여러분이 필요하니까 여러분을 부른 것이다.
(드라마의 악역처럼 여러분을 노골적으로 깎아내리고 골탕먹일 의미로 초대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실제로 식장에 가보면 신랑·신부가 '혹시나 했는데 진짜로 와줄 줄은 몰랐다'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주 반갑게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당연히 올 줄 알았던 사람이 오는 것 이상으로, 안 올 줄 알았던 사람이 오는 것은 선물 상자를 여는 것 같은 기쁨을 안겨준다. 
그들이 도움을 간절히 원하는 순간에 여러분은 그들에게 도움을 준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 역시 기꺼운 마음으로 다음번 여러분의 결혼식의 하객이 되어줄 것이다.
가만히 앉아 내 결혼식에 하객이 몇 명이나 올까 걱정할 시간에 미리 여러분이 먼저 적극적으로 하객이 되어주어라.
수확을 하려면 씨앗은 미리미리 뿌려둬야 한다.



◎ 그래도 내 결혼식까지 와준 녀석인데..

경조사 참여 이력은 기쁠 때보다 서운할 때 그 진짜 위력을 발휘한다.
경조사 후에 인사와 답례가 끝날 때까지는 누가누가 왔었는지 일일히 찾아 챙기려 하지만, 그 이후에는 하객들을 매일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인 중 누군가에게 화가 났는데, 마침 그가 하객 중 한명이었다?
그럴 때는 화를 내거나 섭섭한 소리를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도 내 결혼식까지 와준 녀석인데, 이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지 않나?'

나는 특히 직장 상사를 통해 이 효과를 눈에 띄게 체감할 수 있었는데,
평소에 나를 안 좋게 생각하고 까칠하게 대하던 선임이 결혼식 참여 이후에 눈에 띄게 누그러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선임은 "나한테 데인 게 많아서 솔직히 안 올 줄 알았는데 와줘서 정말 고맙다."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시했고,
이후에 내가 잘못했을 때도 이전과는 다르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해주는 것이 보여 참 감사했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보호막 혹은 추가 목숨을 한 번 더 얻게 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까방권 +1)

직장인이라면 친구 결혼식은 못가더라도 회사와 연관된 사람의 결혼식에는 친하든 아니든 꼭 가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에 더해 장례식장이라면 고민할 것도 없다. 무조건 가라.)



◎ 소개팅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소제목만 보면 남의 소중한 결혼식을 내 기회로 만들려는 것 같아 약간 꺼림칙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성을 찾으려는 목적만 가지고 가지 않는 이상, 여러분이 신랑·신부에게 도움을 줬으니 여러분도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 자책하지 말자.

단, 이 방법은 이미 친하거나, 친했는데 오래 안 만나서 어색했던 신랑·신부에게 쓰기 좋은 방법이다.
(적어도 밥 한 끼 같이 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겠다.)
결혼식이 끝나고 한 달 이내에 신랑·신부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결혼식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하객에 대해 화제를 만든 후 이렇게 넌지시 물어봐라.

"야야 근데 신부측에 겁나 이쁜 사람 있던데, 너도 봤음?"

혹은 결혼식 사진을 같이 볼 때 얘기하면 더 좋다.
이렇게 얘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신랑·신부는 대충 무슨 뜻인줄 알아듣고 사진을 꺼내 그 '예쁜 사람'을 같이 찾고자 할 것이다.
(만약 눈치를 못 챈다면 하객 중에 맘에 드는 사람을 봤는데, 소개시켜줄 수 있냐고 직접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 이 분 ㅇㅇ이네 동아리 총무였는데. 왜, 다리 좀 놔줘?"

라는 말이 나오면 베스트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거고.
나는 이 방법으로 두 번의 소개팅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소개팅을 시작하면 지인의 결혼식이라는 공통 화제를 이미 깔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만남이 더 수월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평소에 친구에게 소개팅을 부탁하기 어렵다면 좋은 날에, 좋은 기회를 만들어보자.


번외 : 여러분은 이미 선택받은 사람이다.


이건 결혼식 참여에 대한 장점 이야기는 아닌데, 많은 분들이 아래와 같은 이유로 참여를 망설이곤 해서 적어보았다.

'제가 껴도 되는 자리인지 모르겠어요.'
'별로 안 친한데 가면 민망할 것 같아요.'
'다 친한데 저 혼자 동떨어져있으면 어떻게 하죠?'

하지만 여러분,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식장에 들어가길 바란다.
공들여 준비해서 (풀메하고) 축하해주러 왔다는데 여러분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러분이 청첩장을 받았다는 건 신랑·신부가 여러분을 '내 결혼식에 어울리는 품격있는 사람'으로 선택했다는 의미이다.
설령 가서 아는 사람 없이 혼자 있게 되더라도 여러분이 거기에 있는 것 자체가 그 자리를 얼마나 빛나게 하고 있는지를 기억하면서
부디 여유를 가지며 축하의 시간을 즐기고 오길 바란다.

그리고 설령 조금 긴장했더라도, 신랑·신부가 여러분을 반가이 맞아주는 순간 여러분의 마음 역시 사르르 풀릴 것이다.
걱정 말고 지금 당장 옷부터 챙겨입자.


 




 

그래서 축의금은 얼마 내야 하죠?

 


나는 친분에 상관없이 대학생이었을땐 5만원, 직장인인 지금은 10만원을 내고 있다.
이 가격의 의미는 내 기준에서 친구에게 '괜찮은 밥 한끼 사준' 정도의 금액이다.
물론 더 벌게 되면 더 낼 생각이고.
여러분도 개개인의 지갑 사정에 따라 스스로가 생각하는 '괜찮은 밥 한끼' 가격을 축의금의 '최소 한도'로 설정해놓길 바란다.

만약 이런 최소 한도 금액이 없다면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아 이 사람한테는 10만원은 좀 아까운데..'
대학생 시절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서 5만원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최소 금액이 없다면 친분의 정도에 따라 조금이라도 덜 쓰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길게 생각하지 말고 누가 됐든지 간에 똑같이
축의금 하면 00만원이라는 괜찮은 밥한끼 최소 한도금액 기준에 따라 돈을 넣고 생각을 끝내길 바란다.
기준이 없으면 오래 고민하게 되고, 오래 고민할 수록 그 돈은 아깝게 느껴질 뿐이다.
아무리 줄여봐야 치킨 한 두번 덜 먹을 정도의 차이다.
그 정도 아껴봐야 여러분이 드라마틱하게 무언가를 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 넣는 건 상관없지만, 덜 넣는 것에는 절대 고민을 끼워넣지 말자.



여기까지 결혼식 참여와 축의금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최종 결정은 여러분이 하는 거겠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축하와 슬픔을 나누는 자리에선 여러분이 아낌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더 풍족했으면 좋겠고.
그럼 이만 긴 글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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